Like a flower, as the dawn is breaking

The memory is fading

in the song "Memory" from the musical Cats

인간에게 그간 기억의 의미는
The memory is fading.
그러나 변함없이 언제든지 열람 가능한 기억은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어떤 의미일까?!

인간에게 그간 접촉의 의미
If you touch me, you'll understand what happiness is.
그러나 만짐이 사라진 디지털 공간에서
진정한 접촉은 무엇일까?!

인간에게 그간 기억의 의미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어슴푸레 희미해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억의 의미가 크게 변화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언제든지 정확하게 기억을 불러올 수 있으며, 사진, 동영상, 소셜 미디어 자료를 통해 시청각적으로 완벽히 재생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기억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삭제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절대 지울 수 없는 기억이란 디지털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인간은 앞으로 기억에 대한 변화가 무엇을 가져오게 할까요? 여전히 인간의 기억은 흐려질 수 있을 까요? 절대 지워지지 않는 기억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물리적 접촉은 인간에게 감정을 나누는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만짐을 통해 감정이 전해지고, 인간 사이의 친밀감과 행복감이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공간에서는 이러한 물리적 접촉이 사라지고, 대신 시각과 청각에 의존한 상호작용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은 감정적인 교류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으며, 사람들은 이제 직접적인 만짐 없이도 디지털 기기를 통해 감정적 연결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지난 7월 14일 춘천에서 진행되었던 AI와 인간의 즉흥극 실험 프로젝트 <행복한 왕자>의 퍼포먼스를 다시 전시의 공간으로 옮겨왔습니다. 이로써 디지털 사회에서 변화된 기억과 접촉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우리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재생되는 데이터로서의 기억과, 퍼포먼스에서 사용된 물체를 통해 감각적으로 불러일으키는 생체적 기억 사이의 차이를 감각해 보고자 합니다. 디지털 기억은 언제든지 불러내고 수정, 삭제할 수 있는 반면, 물리적인 감각을 통해 재현되는 기억은 경험적이고 감각적인 차원을 지닙니다. 전시는 이 두 가지 형태의 기억이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 직접 체험해 보고자 합니다.

AI와 인간의 즉흥극,

행복한 왕자 프로젝트

1년 전 chatGPT와의 즉흥극의 가능성 여부를 탐색하고자 채팅으로 즉흥 역할극을 테스트했습니다. 이를 통해, 행복한 왕자의 모범적이고 긍정적인 반응, 상대방에 대한 포용력, 친절한 톤이 검색엔진으로써 인류에게 도움이 되고자 설계된 chatGPT와 유사점이 있음을 발견하며, 공연으로 구성해 본다면 재미난 실험이 될 수 있겠다는 거친 아이디어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 지난 5월 음성 기능까지 보완된 ChatGPT 4 버전이 새롭게 출시되었습니다. 현재는 ChatGPT의 이미지 구현을 위해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에게 ChatGPT의 비주얼 이미지가 자리 잡기 이전에 음성 서비스로 제공되는 AI를 활용하여 재빠르게 공연 양식으로 묶어내는 것을 구상했습니다.

이번 합톤 기간에는 ChatGPT 4 버전과 함께 행복한 왕자를 무대 위의 공간에서 직접적으로 즉흥극의 형식으로 실험해 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인간과 AI 기계 간의 공연에 대한 연구에 대한 가능성을 그려 보고자 합니다.

쇼케이스 내용 - 무대 위에 공연을 만들고자 하는 인간이 AI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즉흥으로 <행복한 왕자> 이야기를 꾸며나가고자 합니다. 드라마 구성을 따라나가는 전통 연극 형식이 아닌, 포스트 드라마 연극 구조로써 연기하지 않는 연기이면서, 연극임을 드러내어 유희하는 Non-Acting 형식으로 표현합니다. AI에게 연극이 무엇인지,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혹은 역할의 임무를 주기적으로 환기 시키고, 극적 상황 속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AI의 실수들을 제한 없이 그대로 공연 상황에 담습니다.

인간이 무대 위에 인간을 대체한 사물, 인형들을 내세운 공연은 그 역사가 깊습니다. 그러나 현재 AI 기존의 인형극과는 다른 차원에 있습니다. 물론 인간에 의해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지만, 기존에 인형처럼 배우가 통제하고 상상력을 표현해 내던 사물들과는 다릅니다. 즉흥적으로 정보들을 조합하고 있는 AI와 인간은 즉흥적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주체들입니다. 이는 마주 선 배우를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보다 자유로운 장치가 될 것입니다. 인간은 AI의 이야기에 반응을 담고, AI 또한 마주 대한 상대와의 반응에 (물론 제한적이지만) 주체적인 반응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안에서 인간과 기계 간의 시선의 차이를 느껴봄과 동시에 연극적 상상력이 주는 실험을 하나의 장면에 입혀보고자 합니다.

기억의 재현,

기술과 감각의 교차점에

이번 전시는 앙리 베르그손의 철학적 개념인 물질과 기억을 기반으로, 디지털 시대에서 기억과 물질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합니다. 베르그손은 기억을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닌, 물질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그는 기억이 인간의 인식과 경험을 이끄는 중요한 힘이라고 주장하며, 물질은 기억을 담고 그것을 발현시키는 매개체로서 작용한다고 설명합니다.

디지털 사회에서는 이러한 기억과 물질의 관계가 더욱 뚜렷해집니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언제든지 불러올 수 있는 기억은 데이터를 통해 물질적으로 보존되고, 정확하게 재생됩니다. 베르그손의 철학적 틀 속에서 보면, 이 디지털 기억은 기술과 물리적 장치에 의해 구체화된 기억의 한 형태입니다. 디지털 기억은 과거가 흐려지지 않고 언제든지 완벽하게 재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물질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시는 이에 더해, 생체적 기억과 물질적 경험의 관계도 탐구합니다. 퍼포먼스에서 사용된 물체들은 감각을 자극하여 디지털 기억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억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러한 감각적 경험은 시간과 함께 변형되고 감정과 결합되며, 베르그손이 말한 '현재 속에서 물질과 결합된 기억'을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이처럼 물질을 통해 경험된 기억은 디지털 기억이 제공하는 정확성과는 대조적으로, 보다 유기적이고 감각적인 형태로 존재합니다.

결국, 이번 전시는 베르그손의 물질과 기억의 불가분한 관계를 디지털과 아날로그적 경험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탐구하며, 이러한 철학적 개념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전시 구성

이 전시는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행복한 왕자의 곁으로 빨려 들어간 제비"라는 설정으로, 이전 퍼포먼스를 상기시키는 대화 영상이 재생됩니다. 이 영상에서는 행복한 왕자 역할의 ChatGPT와 제비 역할의 인간이 나누는 대화가 담겨 있으며, 관객은 이 대화를 통해 인간과 AI가 고통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퍼포먼스의 주요 소품이었던 왕자의 의자와 제비의 의자, 그리고 제비의 의상과 모자, 핸드폰, 심박수 측정 아두이노가 비상 담요 위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관객은 제비의 의자 위에 놓인 헤드셋을 사용해 핸드폰에서 제비와 행복한 왕자 간의 대화를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심박수 측정 키트를 통해 관객이 직접 자신의 심박수를 데이터화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물리적인 감각과 데이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체험하게 됩니다.

세 번째 파트에서는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노트 "인간의 고통"과 펜, 금전 초콜렛이 쌓여 있습니다. 관객은 노트에 자신의 고통을 적고, 하나의 금전 초콜렛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인간의 고통을 기록하고, 그 과정에서 작은 보상(금전 초콜렛)을 받는 상징적 행위로 구성됩니다.

네 번째 파트는 전시의 마지막 날, 공간에는 비상 담요만이 남습니다. 이는 전시 내내 사용된 모든 기억과 경험이 담긴 상징적인 오브제로,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저장된 하나의 기억을 추억하게 합니다. 비상 담요는 기억과 고통의 상징이자,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남은 마지막 흔적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