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대화 #1
<시간의방 에피소드#1 몸> 1회차 공연 후
에피소드#1 몸
시간의방 에피소드#1 몸
2021년 11월 17일 2시 공연 후, 첫번째 관객과의 대화
만든이들: 김민정(배우_몸), 김은진(청각 디자인,배우_에코), 신은경(기획,연출,배우_몸), 이정은(조연출,배우_에코), 하지혜(배우_에코)
관객: 리브, Suhye Chun, Jisoo Kim
대화 촉진자: 홍정아
대화촉진자: 오늘의 공연을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교감, 관객의 얼굴, 안도의 한숨, 친밀함, 만남, 떨림, 새로움, 긴장, 알아감, 한 시간의 미술관.
대화 촉진자. 창작자에게 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관객_리브. 왜 벽에 하트 스티커를 붙이고 심장 소리를 들어보라고 했는지 궁금해요.
기획/연출_신은경. 이 장면은 작품의 큰 포인트 이기도 합니다. 이 반짝이 하트 스티커 자체가 유치하고 촌스럽고 쌩뚱 맞았어요. 물론 보석을 보내주셨다고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관객분도 계셨어요. 그런데 유치하게도 배우는 그 하트 반짝이 스티커를 벽에 종이 테이핑을 한 자신의 모양 속 심장 부위에 붙이라는 유치한 주문을 합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보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냥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심장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합니다. 이 익숙한 공간인 집에서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나의 심장소리를 들어보라고 한 것뿐인데, 우리는 이 익숙한 내 집에서는 당연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다는 것을 거의 확신하고 있어요. 저희는 관객에게 심장소리가 들린다는 반응을 절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심장 소리가 들린다는 단 한 분의 반응에 저희가 당황하기도 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반복해서 하트 스티커를 붙인 심장 부위에 귀를 대고 심장소리를 들어보라고 했던 이유는,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다 알고 있는 그 공간을 생소하게 만들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 라는 맥락에서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을 즐겨보고 느껴보라는 의도였습니다. 내가 정말 잘 아는 나의 집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평소에는 귀를 벽에 대고 소리를 들어볼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소리 안에서 심장소리가 들리냐는 그 생뚱 맞은 질문이 처음에는 당황스러워도, 배우가 조금 더 깊이 반복해서 그 소리를 들어보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심장소리를 기대했기 때문에 정말로 아무것도 들을 수는 없었던 관객은 자꾸 들어보라는 반복적인 요청에 귀를 좀 더 기울이게 되었고, 그 때, 우리에게 아무것도 들리지 않음에서도 들려오는 소리들을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옆방의 소리이기도 했고, 벽 자체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전기 소리일 수도 있었고, 또는 한 쪽 귀를 막은 채로 내 몸 안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기도 했습니다. 어떠한 관객은 그 심장 스티커 앞에서 스스로의 심장 박동을 체크하시기도 했었고요. 물런 반복되는 질문 속에서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더라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저희는 관객들의 청각을 깨우기 위한 활동들이 준비되어 있었으니까요. 소리는 매순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소리들을 소리라고 인식하지 않아서 그렇지요. 존 케이지는 절대 무음을 찾고 싶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내 몸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공간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몸의 경험_민정. 하나 덧붙이자면, 행위자로써 오늘의 공연을 진행했을 때 가졌던 내러티브는, 저희가 종이끈을 그리고 종이 테이프를 사용해서 나의 몸이지만 가늠하기가 어렵고 측정이 잘 안 되는 몸이었어요. 모두들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확실했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는 상태였잖아요. 마찬가지로 나의 심장소리를 들어보라는 질문을 맞닥들였을 때, 어, 나의 심장에서는 무슨 소리가 들리지? 내 심장은 계속 뛰고 있지만 나의 심장에 대해서는 생소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어요. 벽에 붙인 스티커가 물런 진짜 나의 심장은 아니지만, 그 벽에 있는 소리를 들었을때, 나의 심장 소리에 대한 궁금증이 확 생겨나는 것 같아요. 오늘 공연 속에서 관객이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옆집 소리가 들린다고 했을 때, 제가 "아, 그것이 당신의 심장소리군요." 라고 대화를 이어나가게 되었어요. 진짜 당신의 심장소리는 무엇일까요_가 바로 이 텍스트를 뱉는 저의 서브 텍스트였습니다. 내가 심장 소리를 나 스스로 어떻게 듣지라고 했을 때, 내 몸에 집중하고, 내가 내 몸을 감각했을 때 만이 내 심장 소리와 내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잖아요.
관객_Suhye Chun. 이 공연을 통해 관객과 어떤 점을 소통하고 싶었나요?
기획/연출_신은경. 온라인 공연이라고 하면 되게 뻔한 그 동영상을 시청하기만 하는 공연 있지요. 그냥 관객은 어떤 긴장감 없이 편안하게 그냥 클릭 하나로 어디서든 그냥 보면 보고, 재미없으면 넘기고, 점프하고, 이런 온라인 공연이 아니라, 한번 거꾸로 전환을 해보고 싶었어요. 우리의 비디오는 끄고, 우리의 모습은 보여 주지 않지만, 우리의 말은 관객들을 지금 대면하고 있고, 향하고 있고, 보고 있고, 보고 있기 때문에 지시를 내리고, 피드백을 주고, 반대로 관객은 그 비디오가 다 노출이 돼서 자신의 긴장감도 표현이 되고, 자신이 이 온라인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것들이 다 담기는 상황을 만들어보고 같이 우리가 현존하고 있다. 공간은 다르지만 이 동시성으로 인해 우리가 어딘지 모르게 함께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몸의 경험_민정.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스스로가 극장에 있다라는 느낌을 너무나도 받았던 공연이었습니다. 그 긴장감과 현장감을 느꼈었던 공연이었어요. 이게 나에게만 이런 것인지, 관객들도 그런 것인지 궁금합니다. 약간 쇼크 상태입니다. 지금. 의도하지 않게 스스로가 너무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관객들이 최선을 다해 따라와 주시는 모습에 저희가 감동을 했습니다.
에코로써의 경험_지혜. 온라인 공연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입장이었어요. 지난 6월 카카오톡으로 온라인 공연을 해볼까 제안을 받았을 때에도 반신반의하면서 시작하게 된 공연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지역에서 줌을 통해서 공연을 만들어 나가면서_이게 정말 오프라인 공연을 대체할 수 있을까_했었는제 의외로 희한안 공연을 하게 되었어요. 무대감독처럼 무대 뒤에서 큐를 날리는 스테프 같은 감각을 느꼈고, 이 긴장감은 정말 비디오를 껐다고 해서 절대 줄어들지 않는 긴장감이었습니다. 이것이 관객에게 어떠한 감각이 되었는지_우리가 몸을 감각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했지만, 사실 관객들이 감각하려고 하지 않으면, 우리만 흥분하고 끝나는 공연이 아닐까요. 쌍방향 소통이 되야 하기 때문에 관객들의 반응들을 더 많이 듣고 싶은 입장이에요.
관객. 토마토스프를 고른 이유?
에코로써의 경험_지혜.스프의 독백도 있기에 스프가 몸에 빨리 동화된다는 의미로 혈색인 붉은 토마토 스프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토마토는 심장과 닮은 야채이면서도 심장에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또한 토마토 스프는 한국 관객들에게 매우 생소한 음식으로 독일 직구를 통해 준비했습니다. 반면 토마토 케찹의 맛은 한국인에서 매우 익숙하지만, 비슷한 맛을 가지고 있는 토마토 스프는 케찹과 달리 매우 생소한 음식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이러한 토마토 스프의 생소함이 익숙한 내 방과 나의 몸으로부터 낯설음을 느껴야하는 작품의 컨셉과도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관객으로써의 경험_리브. 저도 제 방, 제 집에서 이루어진 공연인데, 일상적인 공간인데 그래도 그 1시간 동안은 지금 잠깐이었지만, 제 방이 행위예술이 일어나 미술관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관객_Suhye Chun.공연이 만들어진 과정이 궁금합니다.
기획/연출_신은경. 서로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이였기 때문에 물리적인 거리가 있고, 온라인 상에서만 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스타일 잘 알고 있기에 저희가 창작할 수 있도록 훅 뭉쳐지는 힘이 있었습니다. 하얀 백지에서 아이디어가 계속 덧붙여지면서, 어떤 역할을 서로 나누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공연을 함께 만들고 나서 내가 무슨 역할을 했던 것이지, 하고 더듬어 찾아 가야 했던 공연 준비 과정이었습니다.
관객.이 공연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기획/연출_신은경.기존 온라인 공연에 대한 회의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공연은 자료화면 같다라는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영상원에 찾아가서 돌려보는 영상자료 같은 느낌을 이야기한 창작자도 있었는데, 온라인 공연을 제가 경험했을 때에는 세계가 쉽게 연결이 되고, 그 사람의 사소한 개인적인 공간이 서로 연결되고, 무대 위에서 보던 관객과 배우의 거리감이 아니라 서로 친밀하게 관객과 배우의 모공도 보이고 호흡소리도 들리는 그래서 분명히 온라인 공연의 차별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것들을 많이 뽑아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온라인 공연에 왜 몰입하기 힘든가에 대해서 고민해 보면서 발견한 부분이_ 온라인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주로 편안한 집에서 접속을 하므로, 눈과 귀만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기 위해 열린 상태가 되고, 그러나 기계로 들리는 음에는 한계가 있어서 정말 아름다운 새소리를 듣는 것에도 한계가 있잖아요. 보여지는 이미지에만 중심이 있는데, 저희가 넷플릭스나 헐리우드 수준으로 올라간 관객의 시각적 높은 퀄리티를 저예산으로 제공하는 데에 분명히 큰 한계가 이미 존재하고. 그러한 지점에서 우리가 대면 공연장에 갔을 때의 그 느낌을 떠올려 봤어요. 그 먼지나 공연장의 습도 의자에서 느껴지는 쿠션감과 냄새. 공연장에 갔을 때에는 이미 관객은 많은 노동과 시간 준비를 들여서 몸을 움직여서 공연장으로 찾아가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오감이 작동을 하는 거잖아. 그래서 우리도 자기 집에서 맨날 벗고 공연장에 접속하지만 우리도 공연장을 찾아온 관객처럼 그들의 감각을 깨워보자. 그러면 이 공연이 그냥 거리감 없는 나의 현재랑 상관없는 공연이 아닌, 내 몸이 깨워져서 더 충분히 감각할 수 있는 새로운 공연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온라인 공연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청각 디자인_은진. 이 공연을 통해서 무엇을 들으셨는지요? 청각디자이너가 작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뭔가 음악 소리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셨을 텐데, 저의 의도는 만들어낸 소리가 아니라, 단지 여러분들의 감각을 깨우는 일이었어요. 감각을 깨운 것은 결국은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열망을 깨운 것이고, 벽에다 대고 소리를 들어보세요 라고 했을 때, 내 안에 있는 열망을 깨운 것이지요. 내가 여기서 뭘 들어봐야겠다. 뭘 찾아봐야겠다 무슨 소리가 나는 지 알아봐야 겠다. 내 심장소리를 들어봐야 겠다. 뭘 들어봐야 겠다라는 열망이 귀를 열리게 하거든요. 여러분이 들은 소리는 우리가 만든 소리도 아니고, 여러분 자신의 열망 안에 있던 소리를 듣는 것이 청각디자인의 핵심이었습니다.
공연에서 활동들에 순서 혹은 이유가 있었나요?
기획/연출_신은경. 눈치를 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소품 편지 안에서 들어있었던 사물들은 공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소품들을 담아 넣었습니다. 조명을 상징하는 초와 성냥, 의상을 상징하는 우비_간단하게 입어서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고, 분장_기름종이, 무대 작업에 활용되는 종이 테이프와 종이끈들을 선택했습니다. 나눠먹는 음식도 공연의 축제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한 요소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제 관객이 배우가 되가는 과정이 점층적으로 진행되도록 구성했어요. 무대 설치하고, 입도 풀고, 스트레칭도 하고, 그런 준비 후에 의상 입히고 조명을 켜고 스프가 몸 안에 들어가서 몸과의 디알로그를 나누고 자신의 몸에 독백을 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일련의 관객 배우 만들기 과정 이었습니다.